너희는 정말 우량한가?

날짜: 2026-06-13
원문: https://x.com/Breadlee_FRM/status/2065786555441242390


글을 쓰기에 앞서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이는 극단적으로 편향된 분포값을 보이는 현 상황하에서 예외적으로 유효한 분석이며, 통계적 일반론과는 궤가 맞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제가 평소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식의 오해는 노노.

자, 최근 대출에 대해 이슈가 된 내용이 있다.
관련된 기사.

바로 고연봉자들에 대한 대출한도를 축소시킨다는 기사였다.
정부의 지침이 떨어지자 즉각적으로 금융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관련된 기사.

혹시 이재명이 행장들을 불러서 드럼통을 들고 들어가라 협박이라도 한걸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닐 것 같다.
사실 여기엔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시작해보자.

대출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신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신용이란 뭘까?
이런저런 대출 짬밥을 좀 먹어본 내가 정의한 개념은 이렇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추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것.”
여기서 핵심은 안정된 상태와 일관성에 있다.
어째서 이게 핵심인지에 대한 좋은 사례도 있다.

건너건너 지인 가운데 소프트뱅크 VC에 재직 중인 부부가 있다.
이 양반들은 작년 기준 원천징수가 각각 5장이 넘는다.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나오는 대출은 1억이 최대치다.
(심지어 마통은 5천밖에 안 해준다.)
사는 곳은 잠실 파크리오고, 다른 대출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반면 하이닉스에 재직하는 생산직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대출한도는 어떨까?
킹갓닉스답게 이제는 의사·변호사와 동급으로 취급되어 3억까지 나온다.
(마통은 1억까지.)
얼핏 들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연히 소득에 맞게 해줘야 될 것 같음에도 실제로는 예외적인 사항이 많으니까.
VC뿐만 아니라 PE에 재직 중인 사람들도 이런 역차별을 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은 대수의 법칙에 입각하여 대출을 심사한다.
다시말하면, 통계가 예측치에 가까운 안정적인 결과값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통계적 특성에 반하는 사례가 바로 VC나 PE 같은 금융권 프론트.
이들의 대표적 특성이 바로 고변동성이기에 그렇다.
업의 특성상 이직도 잦을 뿐더러, 성과급의 비중이 극단적으로 와리가리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고변동성은 일용근로자나 고위험 산업에 재직하는 사람들의 특성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이들을 한데 묶어 ‘신용이 부족한 자’로 엮어버린다.
즉, VC나 PE 재직자들의 경우엔 통계에서 2종 오류에 속하는 값이라 볼 수 있다.

통계학에서 1종 오류와 2종 오류에 대한 설명.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금융기관이 대출자(추후 차주로 서술)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어볼까?
은행은 대출을 받으러 온 사람이 빵상처럼 직장만 그럴듯한 도박중독자인지, 알바만 하고 다니면서도 수억씩 돈을 저축한 알짜배기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일반적 특성에 기초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하면 통계적으로 위험한 사례는 피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그런데 이러한 판단이 늘 정답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통계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일까?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봤을 개념인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발생할 경우가 그렇다.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에 대한 설명.

글 서두에 예시까지 들어가며 이야기가 길었는데,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이거다.
“금융기관이 역선택을 막기 위해 고신용/고연봉 차주들에게 대출을 적극적으로 땡겨줬더니만, 이들의 도덕적해이가 선을 너무 쎄게 넘어버렸다.”는 것.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내려놓고 순수히 논리적으로만 생각해보자.
만약 위 기사가 정부의 삽질이 아니려면 어떠한 것이 충족되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하나다.
“고신용자로 분류된 사람들의 잠재적 손실 위험도가 저신용자로 분류된 사람들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문장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면 이런 세부 조건이 필요하다.
고신용자의 리스크 익스포저 한도(AKA. 대출한도)가 저신용자보다 더 커야 한다.
(Ex. 대기업·전문직 특별대출)
고신용자의 리스크 선호도가 저신용자보다 더 커야 한다.
(Ex. 라오어의 무한매수법)
고신용자가 시장의 규제를 회피할 만한 수단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Ex. 고소득자 혼인신고 안 하고 각자 최대치 대출땡기기)
고신용자의 리스크가 저품질·고위험 리스크 자산에 집중되어야 한다.
(Ex. 집팔비사·개잡주 풀매수 등)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지금은 이 모든 조건들이 다 충족된 상태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예외적일만큼.

작년 연말부터 두한햄에게 피토하듯 외쳤던 단어가 있다.
“따갚되가 시대정신이 됐다.”라고.
그런데 막말로 이야기해볼까?
우리나라 사회에서 저신용자·저소득자는 따갚되를 하고싶어도 안시켜준다.
리스크 익스포저를 아무리 키우고 싶어도 대출을 안 해주는데, 금수저가 아닌 이상 무슨 수로?
그래서 자칭 엘리트 직장인들이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세상에 영끌이 어디 있어요ㅎㅎ 다 금수저나 고소득자들인데ㅎㅎ”라고 말이다.

MOOD

일부는 이 말이 맞다.
본인이 금수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출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는 최소한 고소득자들인 것을 증명하는 .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그들은 과도한 자신감에 리스크 익스포저를 극도로 취했다고 고백한 것과 다름이 없다.
최근 자산시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극단적 포지셔닝 또한 이런 방식의 렌즈를 통해 해석이 가능하다.

내부자료여서 대외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가져올 수는 없는 만큼, 대략적으로만 이야기하겠지만 이미 상황의 심각도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커졌다.
실제로 금융기관이 역선택을 막다가 늪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최초로 나왔던 때는 작년 2분기였다.
이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공론화된 계기가 하나 있었다.
특정 공공기관이 그 주인공이었는데, 이 기관의 재직자 가운데 부실 및 취약차주의 비중이 무려 20%를 초과했었다.
은행은 그야말로 생난리가 났다
고신용자로 분류되어 특별금리에 특별한도까지 은행 차원에서 대출이 나가던 기관이었으니까.
(어디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여기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공기관 가운데 1티어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떨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역사상 최초로 우량대출 상품 차주의 ES가 취약차주의 값보다 커졌으니까.

기본적인 개념 설명.

VaR: “최악의 X% 구간에서 손실이 얼마를 넘지 않을까?”

ES: “최악의 X% 구간에서 손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클까?”

개념적 설명.

지금은 모든 대기업·공공기관·공무원 집단에서 심각한 부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물론 인간적으로 이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는 간다.
원래 이런 애들(나도 그랬었다.)이 포모가 더 심하거든.
엘리트라고 스스로를 칭하지만 보유자산까지 엘리트 계층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포모란 원래 스스로를 어떻게 지칭하는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데, 이들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참을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식의 투자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유독 이 계층이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남을 비난하는데 특화된 것도 유사한 이유다.
(블라인드에 얘네들이 하닉 고졸 생산직 어쩌고 비난하는 게 농담이 절대로 아니다.)

요 몇 달간 은행장과 지주회장들이 금융위 회의에 계속 불려가는 까닭도 이런 데 근간하며, 이재명이 부동산을 망국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유사한 이유다.
원인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필수재인 부동산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사람들의 투기성향이 극대화된 것은 명백한 팩트니까.
(주택을 사려다가 도박에 빠지는…)

사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우량차주들의 대출행태는 기껏해야 담보대출을 최대로 땡기는 것 수준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담보대출은 어찌 됐든 기대손실이 매우 극소한 대출이니까.
그러나 이젠 아니다.
대다수가 투기로 흘러간 막대한 신용대출이 가져올 부실은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테니까.

참고로 공식 건전성지표에 연체로 잡힌 사람은 회수 가능성 30% 이하를 의미한다.
몇 달 연체해서는 이 지표에 나오지도 않음.
은행에서도 지표 마사지를 하는 방식이 다 있거든.

이 나라가 위대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 저변에는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극소수의 금수저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 가난을 향한 특급열차에 탄 지 오래거든.
물론 늘 그렇듯이 과도한 익스포저가 박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스스로의 자산 포지셔닝은 완벽한 정답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애초에 모든 자산군이 문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한 채.

Ps. 이 문제가 펑- 하고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 신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주의 거래와 현금흐름을 봐야 한다는 내러티브가 대세가 되겠죠?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할까요? CBDC로 하겠죠.
국가에서 투기성으로 정의한 거래를 자주 하는 사람은 ‘신용’이 낮을 테니까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인간은 개별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늘 최악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는 이 현실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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