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역린, 탄소.
날짜: 2026-05-14
원문: https://x.com/Breadlee_FRM/status/2054937414351954229
오늘날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 가격의 구조적 폭등을 이야기하고,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 문제를 우려하며,
환경론자들은 물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처럼 열거된 모든 요인들은 사실 딱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돈(MONEY)’이 유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미국은 자체적인 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나라다.
물론 멈춰있는 셰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큰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어찌 됐든 그들은 이를 해결할 수단이 존재한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부분에서도 그 본질은 같다.
가스터빈을 증설하고 이에 필요한 시설을 확대할 자금만 무한하다면,
전력 또한 필요한 족족 무한하게 생산할 수 있다.
그러면 데이터센터가 물을 고갈시키는 문제는 어떨까?
이것 또한 결국 돈의 문제다.
까짓거! 강에 물이 좀 흐르지 않으면 어떤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나스닥이 곧 3만인데?
삼다수랑 에비앙 사마시면 되지.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미국의 가뭄 상태를 보여주는 지도.
지난 세월, 미국은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자금을 맹렬히 흡수했다.
그동안 AI의 문제점이 별 이슈가 되지 못한 것 또한 이와 같다.
‘돈이 끝 없이 흘러들어 왔으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발생한다.
만약 미국이 더 이상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성장을 찍어내기 위해 자본 투입이 계속 필요한 AI 기업들이 더 이상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금부터 이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현실적인 제약은 뭘까?
바로 끝없이 팽창해야만 하는 AI 기업들의 CAPEX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찍어낸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있으니까.
게다가 나날이 최대치를 갱신하는 이들의 채권 및 ABS 발행이,
진작에 똥휴지가 돼버린 국채시장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 기업들의 AI 관련 지출규모.
최근 증시가 신고점을 경신하는 와중에도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것 또한 사람들의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단순히 미래 시점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워낙 많은 상황이니까.
실제로 달라스FED는 AI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국채시장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특히, 장기채 시장에서.
이는 실제로 관련 채권의 발행규모 변화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AI 관련 채권 등 발행규모 변화.
게다가 추가적인 문제가 또 있다.
바로 이렇게 장기물로 발행된 빚 가운데 상당수가 친환경 대출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친환경 과제달성을 조건으로 하여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해왔다.
왜 그랬냐고?
그야 당연히 금리가 저렴하니까.
게다가 친환경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관들의 풍부한 수요도 크게 작용했다.
NGFS와 BIS를 필두로 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변화 이슈 등으로 인해, 은행 ,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은 친환경 자산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덕분에 자금조달 난이도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오룡햄의 트윗 글 가운데 발췌.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괜히 시장이 훨씬 거대한 미국이 아니라 유로존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계 은행이 펀드레이징 할 때, 왜 굳이 홍콩을 경유해서 중국계 자금을 빌려 오겠나? HSBC가 왜 친환경 대출 리그테이블에서 계속 최상위를 차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업들은 친환경 KPI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초기에 내세웠던 바와 다르게 전력 수요가 폭증한 것이 이유였다.
친환경 수단만 이용해서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
게다가 실버 등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 또한 주요한 이슈.
데이터센터는 당장 24시간 가동돼야만 하는데…
수 년에 걸쳐 쌓인 실버 현물 부족을 당장 어떻게 해결하겠나?
그들은 결국 당장 구입해서 전력생산이 가능한 대체품, 가스터빈을 선택했다.
2022년 말, 미국의 향후 에너지 생산 계획.
당연히 계획과 다르게 친환경은 갖다 버렸다.
이런 기업의 행동 변화로 인해 데이센터의 탄소배출량은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최초 대출시에 약정했던 친환경 KPI 기준을 아득히 넘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향후 대출금리 상승 및 재융자 부담 높아졌다.
사실 금리 부분이야 당장 tolerance나 step-up 등의 조건부 조항이 있다보니, 당장 급격하게 솟구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략 10-20bp정도 올라간다고해도 재무제표상 곧바로 찾아오는 부담은 아니.
그러나 신규 자금유치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점이 중요하다.
유럽계 은행 및 연기금 등 큰 손 쩐주들이 앞으로는 더욱 조건을 꼼꼼히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실제로 월가의 은행들은 이를 감지하고 먼저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은행이 관련된 리스크의 매각을 진행하는 저의가 뭘까?
대외적으로는 신용품질 이슈라고 말하지만, 이 채권들은 투자등급에 MAG7에서 신용보강까지 해준 상품이다. 아무래도 그보다는 자금조달에 참여했던 쩐주들이 돈 빼간다고 했을 가능성 부분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결국 순수 미국 자본만으로는 구멍을 메꾸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을 것.
이렇게 발생한 친환경 자금병목을 기회로 삼는 자들이 있다.
UN이 바로 그 주인공.
그리고 그중에서도 파리협정의 Article 6의 최근 움직임에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Article 6는 UN 파리협정 체계 아래에서 국가 간 탄소감축 성과를 국제적으로 거래하고 상호 인증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탄소 시장 및 비시장적 접근 방식과 같은 국제 협력을 통해 각국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는 동시에 더 높은 목표 의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국경을 넘어 배출량 감축분(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며, 협력적 접근 방식(6.2), 중앙 집중식 유엔 메커니즘(6.4), 비시장적 협력(6.8)의 세 가지 주요 구성 요소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이게 뭐라고 주목해야 하느냐 하면…
최근 2월, 환경무결성 조건을 충족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 시스템 내 기록 및 추적되는 최초의 탄소배출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기에 그렇다.
(참고로 해당 발행 사업에는 SK그룹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음.)
이를 통해 UN은 국가별로 파편화 되어 있으며, 검증 및 거래의 단일화된 규격이 없다시피했던 탄소시장을 하나로 합칠 준비를 끝냈다.
탄소시장 입장에서는 진시황제가 단위를 만든 수준의 격변이 일어난 셈이다.
게다가 불과 1주일 전, EU / 중국 / 브라질 / 뉴질랜드가 함께 모여 탄소시장의 위대한(?) 발걸음을 이끌어냈는데…
이들이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당 국가들은 전세계 탄소배출규모의 절반을 담당하는 시장의 통합 / 공통표준 이용에 동의한다.”
UN뿐만이 아니다.
BIS는 시장 통합에 필요한 구체적인 시스템까지 구축하며 계획에 힘을 더해주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BIS 혁신허브에서 진행된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디지털 추적·정산 시스템 구축 실험인 ‘Project Genesis’가 그 주인공이다.
BIS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배출권의 발행부터 거래, 소각까지의 전 과정을 토큰화하여 실물 금융과 연계될 수 있도록 실증까지 끝마친 상태다.
Project Genesis는 BIS Innovation Hub(홍콩 센터)에서 추진한 그린 파이낸스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시작된 최초의 녹색 금융 프로젝트로, 블록체인·스마트 컨트랙트·IoT 등을 활용해 그린본드의 발행·투자·관리 과정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roject Genesis는 두 단계(1.0과 2.0)로 수 년간 진행됐으며, 특히 파리협정과 연계된 탄소 크레딧과 그린본드를 결합해 투명성과 환경 무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앞서 언급된 UN Article 6(파리협정 제6조)의 국제 탄소시장(ITMO, MOIs)과도 직접 연결되는 대표적 사례. bis.org
즉 앞으로의 탄소배출권은 단순한 인증서가 아니다.
배출권은 앞으로 탄생부터 거래, 최종 소각까지 모든 과정의 추적이 가능한 표준화 자산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이런 형태의 변화는 여태 그린워싱으로 꿀을 빨고 있던 MAG7 입장에서는 참으로 청천벽력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미국 시장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정부주도의 지원 등으로 인해, 유럽 배출권 가격의 30%에도 미치지 않게 형성돼 있으니까.
(한국 또한 정부주도로 과도하게 싸게 탄소배출권을 할당해서 욕을 많이 먹었죠. 최근 친환경 드라이브를 빠르고 급격하게 거는 것 또한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 검찰이 빅테크의 그린워실 관련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최근의 기사.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금리상승이슈있지…
(장기채 물량압박 / 물가상승 / 친환경KPI 미충족)
재융자 및 신규 자금조달 이슈있지…
(마찬가지로 친환경KPI 미충족 / 탄소관련 엄격한 트랙레코드로 ESG평가 강화)
탄소배출권 가격이 시장통합으로 올라가면 수익률 낮아지지…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슈들은 곧 세 단계를 거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 탄소시장 거래가격의 국제적 수렴 진행.
- AI 기업들의 FCF 적자 가속화와 밸류에이션 거품 붕괴.
- 미국의 자발적 그린 아젠다 참여 확대와 금융 구조화.
3번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탄소시장 가격의 수렴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역별로 분리되어 있다.
물론 품질 측면에서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같은 ‘탄소배출권 1톤’이라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80달러, 미국에서는 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
이 차이는 국가별 규제 참여 정도와 시장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서로 다른 시장 간 차익거래가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가 존재했다.
국가 차원에서 배출권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게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근데 진지하게 얘네들이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비판할 명분이… 있나?)
그러나 이제 UN 중심의 Article 6 체계 하, 탄소시장은 빠르게 통합될 것이다.
그렇다면 배출권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전 세계적으로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순간, AI 기업들의 부담은 즉각적으로 튀어오르게 된다.
(실제로 AI기업들의 배출권 크레딧 구매량은 1년간 200% 가까이 늘었다.)
-AI 기업들의 FCF 적자 가속화
이는 앞선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슈다.
탄소 비용이 상승하고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면, 결국 AI 기업들의 현금흐름(FCF)은 빠르게 악화되는 것이 당연하니까.
앞서 말한 이슈들이 반영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투자의 가성비는 급격히 나빠지는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장은 지금과 전혀 다르게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모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리레이팅의 순간이 찾아오는 셈이다.
물론 예외적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만약 트럼프 진영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한다면?
그 경우 UN 중심의 글로벌 아젠다는 다시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경우, 미국은 기존의 성장 전략을 조금 더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지지율 등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 친환경 참여
만약 테크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들에게 역사상 최대 규모로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해당 산업의 대출을 계속 부실 처리하며 손실을 감수할 것인가?
혹은 새로운 자금창출 창구를 통해 어떻게든 부실을 털며 3자에게 넘길 것인가?
전자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적 충격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엔 어떨까?
특정 시장의 거품은 제거되면서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금융시스템의 파괴처럼 모두가 죽는 상황만은 피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금융권이 먼저 글로벌 탄소시장 통합에 동의하게 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째서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표준화 / 계량화가 가능한 자산은 담보화가 가능하며,
이 말은 결국 탄소기반 금융체계의 탄생 또한 가능하다는 의미이기에 그렇다.
그야마로 은행과 AI기업들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찾아오는 것.
얼마전에 Nathan 님이 언급했던 “미국의 장기는 자금조달이다.” 라는 의미를 이런 측면에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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