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과 워시, 전통주의로의 회귀(2)

날짜: 2026-05-01
원문: https://x.com/Breadlee_FRM/status/2050121027808874851


신현송이 CBDC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앙은행 기반의 강화된 통제만 떠올린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그렇게 이미 확정짓고 있는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정반합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유동성 배관의 전문가인 그가 어째서 CBDC라는 녀석을 이야기하는지를.
(이는 결코 단순한 정신승리나 합리화가 아니다.)
그는 어째서 CBDC라는 독이 든 성배를 선택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달러 그 자체에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는 말 그대로 달러 주도 시대.
달러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는 나조차도,
이 지고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달러의 아성은 공고하다.
(바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달러 패권이란 무엇일까?

달러의 파워가 제일이라는 기본 개념은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우리의 삶에 달러가 끼치는 직간접적 영향력에는 모두가 동의하니까.

그러나 과연 그 개념이 신현송같은 경제학자가 생각하는 정의와 일치할까?
장담컨대, 대중들의 개념과 그의 개념 사이엔 큰 괴리감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점에서 왜 그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달러패권의 개념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제국이 세계 1등이라 모든 나라가 달러를 좋아함.’ 정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현실을 보다 깊게 파고들어가면 어떨까?
달러 패권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수 많은 국가들의 통곡이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원자재를 수입하여 재수출하는 규모가 큰 국가들은 유독 위기상황에 크게 얻어맞게 된다. 단기에 자금조달에 이슈가 발생하면 원자재 수입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가 좋은 예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달러를 벌어주는 산업이라도 있지만, 그게 없는 수출기반 국가들의 경우엔 어떨까?)
어째서 국가들이 통곡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만성적인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의 경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이들은 리터럴리 통화 패권에서 하위 계층에 속한 삶을 살아가고있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달러의 움직임에 종속되는 삶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이 부재한 국가들이 무슨 수로 달러를 벌겠나?
기껏해야 마약이나 범죄와 연관되는 수준에 그칠 뿐이지.

이런 국가에게 자신들의 역사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제든 베센트의 딸깍 한 번이면 망해버릴 통화 시스템과 국가에서 그런 것은 삶과 유리된 허구일 뿐이다.
그야말로 생명줄이 생면부지의 남의 손아귀에 달린 채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신현송은 이런 통화의 지배구조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사람이다.
그것도 무려 2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특히 2013년 그가 작성한 기고문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반드시 개선시키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달러 배관의 부작용을 탐구하기 시작한 시점에 작성된 글.

2013년은 달러 배관에 문제가 발생하여 생기는 문제적 상황들이 어떠한 경로로 비미국 국가들에게 타격을 주는지 명확히 정의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유동성 문제를 그저 개념적으로만 이해할 시절.

그들은 유동성 위기 때, 어째서 미국보다 다른국가들이 더 크게 타격을 입는지를 단순히 기초체력 부족이나 성장성의 부재 등으로 접근하기 일쑤였지만, 신현송은 달랐다.
그는 달러 패권이 가져온 구조적 제약 자체를 문제로 말한 최초의 한국인이었으니까.
(IMF를 현장에서 겪지도 않고 영국에서 배부르게 공부한 양반이 정작 현장에서 IMF를 겪은 경제학자들과 다르게 올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이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학계의 주요 논문.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학계의 주요 논문.(2)

2013년 신현송이 배관문제를 언급한 이후,
이에 동의하는 수 많은 학자들과 기관들이 그의 연구를 인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CBDC라는 선택지를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계기를 신현송이 마련해 준 것이나 다를게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달러 패권의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라는 것일까?

지나간 아티클에서 살짝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본질적인 원인은 모두를 강제로 달러와 엮일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드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통해 알아보자.
오늘날 전 세계 달러 거래 가운데 95%는 투기적 거래에서 비롯된다.
(실물 무역 및 필수 에너지 거래 비중은 5% 내외로 매우 적음.)

관련된 BIS의 자료. 대부분이 금융기관 사이의 투기적 수요임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들은 현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달러가 ‘필수’여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써야해서 쓴다는 뜻이니까.
앞서 말했던 달러부족 국가들이 처한 문제 또한 여기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단언컨대 SWIFT다.

실제로 이 달러 기반 국제 결제망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낳는 부작용이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어째서 그런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무역 거래에서 Correspondent Banking을 통해 거래 당사자들 사이의 Cross-border payment를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강제하기만 하면 되니까.

“무슨 소리냐?”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한국이 인도와 수출입 무역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KRW-INR 시장은 규모가 작고 거래가 많지 않은 통화쌍이다.
무역상은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이 많다.
게다가 인도라니 괜히 좀 믿음이 안가지 않는가?

그 때 무역상에게 SWIFT가 이야기한다.

“우리 시스템을 통해 거래해라. 그렇다면 당신이 판 물건을 믿을 수 있는 통화, 달러로 적정 환율에 맞게 환전해서 정산해 주겠다.”라고.
처음엔 누구나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직접 환전을 할 귀찮음도 없을 뿐더러 달러는 결제도 편하니까.

그러나 유동성이 경색되는 순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
달러를 중개해주던 은행은 달러가 없다며 거래 정산을 멈춰버린다.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다가오는 어음 만기와 같이 유동성 경색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마침내 부도를 겪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때마다 기업을 헐값에 매수한다.)

분명히 기업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적으로는 최악의 후생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 불행해지는 딜레마.
이를 가장 잘 구현해 놓은 시스템이 바로 SWIFT다.

실제로 지구상에는 달러가 넘치다 못해 썩어날 정도로 많다.
(생각해보라, 돈을 얼마나 많이 찍어냈는데 달러의 절대적 양이 부족하겠는가?)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유동성 환경이 제한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수출-수입 당사자들은 실제로는 달러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강제로 이러한 배관 문제에 엮여 들어가며 사업환경에서 완벽히 달러에 종속되지 않는가?

게다가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기업단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각국의 은행들에게도 달러 조달 비용을 떠넘기기에 그렇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기업들의 실질 무역이 달러 기반이지 않은가?
자연스레 로컬 은행은 무역거래에 필요한 달러를 요구하는 기업들에 의해서 현지 통화보다 달러를 더 많이 요구받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난다.

Banking을 통한 유동성의 조달은 총량이 안정적인데 반해, 현지에서 달러조달을 직접 하는 방식의 금융주선은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 이러한 상황은 해당 국가의 은행들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양털깎이는 그저 Active한 양털깎이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전 세계 통화는 늘 Passive한 양털깎이 아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신현송은 이를 너무도 잘 알기에, 이전부터 각 국가들이 통화 주권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배관 문제가 실물 경제까지 파급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이전에 아티클로 다뤘던 M-Bridge 등의 CBDC 체계들이다.
무역을 하는 당사자들이 서로의 통화로 바로 스왑되며 거래가 끝나는 시스템.
이는 Swift가 가져오던 달러수요와 여기서 비롯되는 통화주권의 침탈을 막을 주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할 것이기에.
물론 정치가 경제를 해석하는 주요한 렌즈인지라(특히 우리 대한민국은) 아무도 신현송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통화주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말이다.

-잡설-
작년 말부터 내가 지속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딜레마를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에서 기인한다.
자유시장에 대해 강한 지지를 하는 성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사이 벌어지는 상황을 파면 팔 수록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기준점이 흔들리는까닭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좌빨’이라고 비난받을 만한 정책이 이 상황의 유일한 해답이라는 점 또한 그렇다.
사실 이제 와서는 좌우가 무슨 상관이랴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저 같은 땅 같은 공기를 마시는 우리들의 희생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길이 놓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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