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과 워시, 전통주의로의 회귀(1)

날짜: 2026-04-27
원문: https://x.com/Breadlee_FRM/status/2048652602079109259


2016년 6월, 스위스 루체른.
대외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현송과 케빈 워시(이하 워시)가 본격적으로 서로의 뜻을 확인한 시점.
과연 그날 루체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단체가 하나 있다.
바로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다.

이는 스탠포드에 위치한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20세기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에 의해 설립된 기관.

후버연구소 웹페이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중 워시는 이 싱크탱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스탠포드 출신이며, 실제로 2011년부터 후버 연구소의 주요 객원연구원으로 합류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의 주요 인사니까.

사실 신현송의 커리어를 보면 워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이 맞다.
그는 어려서부터 줄곧 영국에서 공부하고 유럽 BIS에서 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후버 연구소가 두 사람을 강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언제였을까?
바로 2016년 BIS가 개최한 컨퍼런스다.

마지막 랩업세션에 워시의 이름이 보인다.

이 컨퍼런스에 워시는 후버 연구소 소속으로 참여했는데,
신현송이 후버연구소 인물중에 워시를 콕 짚어서 초청인사로 정했다고한다.
아무튼 이 때를 계기로 중앙은행에 대한 둘의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설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Reform or Perish”(개혁 아니면 멸망)였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점점 일반 관료 기관화되고,
대형 정부와 대형 은행의 ‘따까리’ 신세가 되어가는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 나아가 그는 BIS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을 극찬하기도 했다.

어… 좀 이상하다?
X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워시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분명 트럼프를 필두로, 언론과 인플루언서들 모두가 하나같이 워시를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예정인 친정부 인사’정도로 묘사하지 않았던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의 사상이 2016년과 2026년 사이에 급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이 오해가 생겨난 원천에 대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워시와 신현송은 논문등에 서로를 자주 인용할 정도로 학술적 견해가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두사람이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명확하고 강한 역할 강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강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그렇다면 출신도 배경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을 공통된 사상으로 끈끈하게 이어준 매개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존 테일러라는 경제학자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는 ‘테일러 준칙’이라는 중앙은행 금리 결정 모델을 제안한 인물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 금리 결정 방법론의 대부로 불린다.
지금도 세계 많은 중앙은행들이 그의 모델을 기반으로 개량한 금리 예측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혹시 여러분은 FED의 이중책무가 무엇인지 아는가?
대부분 아시겠지만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두 가지다.

하지만 사실 ‘이중책무’가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중책무가 연준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규정된 것은 1977년의 일.
그 전까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명확하고 단일한 목표였다.

상충된 두 책무가 명문화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워시는 여기서 비롯되는 한계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FED의 과도한 재량권을 날카롭게 지적한 까닭도 그렇다.
이중책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금융억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뒤를 따르는 중앙은행의 방식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금리결정은 명확히 정해진 준칙에 의거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테일러,
그에 대한 워시의 존경심을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트럼프가 워시에 강하게 꽂힌 지점도 바로 여기였다.
트럼프는 워시가 비판한 ‘재량권’을 아주 맘에들어했으니까.

그는 곧바로 금리를 내리지 않는 파월을 공격하기 위해 워시의 과도한 재량권이라는 내러티브를 가져다 쓰기 시작했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파월이 과도한 재량권을 갖고 감히 행정부에 대항한다며 비판한 것이다.

그 재량권이 이 재량권이 맞을까?

이로 미뤄보아 트럼프 머릿속의 재량권은 이렇게 정의되는 것 같다.
“대통령인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
안타깝게도 극단적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정작 워시가 말한 재량권은 이와 정반대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의 이런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출이 극단적으로 거대해진 오늘날,
실제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상당부분 정부의 입김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그렇.
(Wag the dog이 주식시장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중앙은행들이 겉으로는 테일러 준칙에 기반한 금리결정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의 녹을 먹는 이상 현실적으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니까.
이처럼 금융억압 시대 중앙은행의 실질적인 금리 결정을 설명하기 위해,
IMF가 만들어낸 새로운 금리결정 방식에 대한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Fiscal R-star라는 개념이다.

기본적인 설명.

이로 인해 도출되는 금리수준은 공공부채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값으로 도출된다.
(이해가지 않는 수식은 잠시 미뤄두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재정수지가 외생적으로 결정되고,
국가 산출이 잠재 수준이며,
특정 인플레이션 값이 목표로 설정된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의 중립금리는 이러한 변수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금리 결정의 선택권이 중앙은행에게 없음을 전제로 하는 금리결정방식이다.
이는 극단적으로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중앙은행을 만든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재량권’에 대한 해석과 매우 유사하다.
이 모델 하에서는 정부 부채가 늘면 늘수록 중앙은행은 그에 비례하여 계속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채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국가는 공공부채로 파멸한다.
행정부 입장에서는 사실 가불기를 쓰는 셈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원칙을 고수하면서 말을 안 듣는다면?

“응, 부채로 파산하면 그만이야~ 중앙은행 니들 잘못이다?”라고 선언하면 끝나는,
그야말로 배째라에 가까운 금리 결정 방식이 오늘날 대세가 됐다는 것.

(안타깝게도 현재 대다수 국가는 미국을 따라 간접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외환시장의 부외금융화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이머징 국가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낮은 금리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즉, Fiscal Gap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뜻이다.이는 위기상황에 특정 국가의 통화정책을 상당히 제한함으로써 국가경제의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금융억압의 시대 이후 점점 테일러 준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이머징 국가는 미국의 재정확대에 의해 강제적으로 더욱 낮은 중립금리를 요구받게 된다. 어째서인지는 달러에 대한 필수 수요와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워시가 지적했던 중앙은행의 과도한 재량권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이처럼 과도한 정부 뒷꽁무니 쫒아가기식 금리결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을 “중앙은행의 과도한 재량권에 따른 대차대조표 거대화”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트럼프의 바램처럼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재량권이 아니라.
(아니 중앙은행이 애초에 금리결정하라고 만든곳인데… 그걸 재량으로 보는게 맞나?)

결국 워시가 말한 재량권에 대하여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행정부에 끌려다니느라 중앙은행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에 의해 금리 결정이 좌우되는 것.
-거대 은행과 행정부를 살리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무한히 키우는 것.
트럼프를 포함한 대다수 투자자들의 해석과 달리, 그가 원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힘쓰는 전통적 중앙은행 모델에 훨씬 가깝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워시는 2025년 다시 한 번 BIS의 컨퍼런스에 후버연구소 소속으로 참여했다.
이 컨퍼런스는 더욱이 상징적이었는데…

바로 존 테일러 교수의 경력기념 행사로 열린 컨퍼런스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워시는 무슨 말을 했을까?
아래에서 살펴보자.

한글로 연설을 하지는 않았겠죠?

그가 AI의 생산성을 계속 이야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AI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면 금리를 절대 내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돌려서 하고픈 것이 속내인 것 같지만, 아직 자리에 앉기 전부터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없지 않은가!
따라서 워시가 이 지점에서 선제적 금리인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그가 친 행정부 인사여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워시가 현재 시장의 상황을 수요파괴로 인한 물가하락 위험이 꽤나 근접해 있다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그리고 장소를 옮겨보자.
불과 얼마 전 서울, 신현송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기관의 부외거래와 비전통금융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겠다.”

동시에 외환 스왑거래를 콕 집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워시와 함께 테일러 준칙의 명료함과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그는 대체 왜 CBDC를 도입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일까?
정말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대로 감시사회를 위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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