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 [IMAGE_01] - X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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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6-02-20 돈스 https://x.com/dons_korea/status/202473328785641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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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 경고음

“비상사태는 없습니다.” 블루아울 CEO, 2024년 11월 CNBC 인터뷰 중 그로부터 불과 몇 달 뒤, 블루 아울은 투자자들의 환매(돈 돌려받기)를 영구적으로 중단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미국에 블루 아울 캐피탈(Blue Owl Capital) 이라는 대형 자산운용사가 있다. 운용자산만 무려 3,070억 달러(약 400조 원)에 달하는 곳. 이 회사가 운용하는 여러 펀드 중 OBDC II 라는 소매용 사모 신용 펀드가 있는데, 이번에 투자자들이 이 펀드에서 돈을 꺼낼 수 없게 됐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은행에 돈을 맡겼는데 갑자기 “지금은 출금 안 됩니다”라는 공지가 붙은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한 하나의 펀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 이 사태는 3,400조 원 규모의 미국 사모 신용 시장 전체 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모 신용이 뭔데요?”

이전부터 Private Credit 신용위기 관련해서 계속 글을 썼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개념부터 짚고 가자. 일반적으로 기업이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하거나, 채권을 발행한다. 그런데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은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 이다. 2010년대 이후 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모 신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심사보다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이 시장이 불투명하고, 유동성이 낮으며, 자산 가격을 자기들이 직접 매긴다 는 것이다. 블루 아울이 선택한 카드: 14억 달러 자산 매각 블루 아울은 이번에 14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 규모의 대출 자산을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 매각은 아래 세 개의 펀드에 걸쳐 이루어진다. 펀드명 매각 금액 전체 자산 대비 비중 OBDC II 6억 달러 34% OTIC 4억 달러 6% OBDC 4억 달러 2% 매각 가격은 자산 액면가의 99.7% 수준. 거의 손해 없이 팔았다는 의미다. “좋은 신호인가, 나쁜 신호인가?” 이 거래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하나씩 살펴보자. ✅ 긍정적인 면 첫째, 강제 매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급하게 헐값에 판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결정한 매각이라는 뜻이다. 둘째, 자산을 거의 액면가에 팔았다는 것은 중요한 신호다. 사모 신용 시장에서는 자산 가격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99.7%에 팔렸다는 건 “우리 자산은 실제로 이 가격이 맞다”는 일종의 증명이 된다. 셋째, 소프트웨어 익스포저를 줄일 수 있다. 매각 자산의 가장 큰 업종은 인터넷 소프트웨어(13%) 다. 요즘 AI 혁신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관련 섹터 시가총액이 최근 1,300조 원 이상 증발했다), 이 익스포저를 줄이는 건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 ❌ 부정적인 면 가장 큰 문제: 자기 돈으로 자기한테 판 거 아닌가? 매각 대금을 받은 네 곳의 투자자 중 적어도 한 곳이 쿠바레(Kuvare) 라는 생명보험사인데, 이 회사는 블루 아울 소유 다. 즉 블루 아울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자산을 옮긴 셈이 될 수 있다. “우리 자산 제대로 평가받았어요”라고 말하려면 제3자가 시장에서 사줘야 하는데, 자기 회사가 사버리면 그 증명이 무의미해진다. 두 번째 문제: 2차 시장 유동성을 흡수해버렸을 가능성이다. 사모 신용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2차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블루 아울이 이 시장에서 14억 달러를 한 번에 팔아버리면,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자산을 팔려 할 때 살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문제: 좋은 자산만 골라 판 것 아닌가? 매각 자산 100%가 내부 평가 기준 최고 등급(1~2등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은 자산의 질은 어떨까? 좋은 것만 팔고 나쁜 것은 펀드에 그대로 남겨둔 거라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다. 빠진 펀드가 더 수상하다… 블루 아울이 운용하는 펀드 중 이번 매각에 참여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OTF(블루 아울 테크놀로지 파이낸스) 와 OCINCC 다. 특히 OTF는 전체 자산의 55%가 소프트웨어 대출 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섹터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 기회에 팔지 않았다는 건, 가장 악의적인 해석으로는 “팔려고 했지만 사줄 사람이 없었던 것” 일 수 있다. 더 큰 그림: 이게 왜 중요한가 블루 아울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미국 사모 신용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지금 여러 경고 신호가 동시에 켜지고 있다. 부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에 따르면, 사모 신용 부도율은 1년 전 2.8%에서 현재 4%로 올라섰다. UBS는 AI 혁신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강타할 경우 부도율이 최대 13% 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PIK 대출이 급증했다. PIK(Payment-in-Kind)란 현금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이자를 원금에 더하는 방식으로 갚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은 못 갚고 나중에 더 많이 갚겠다”는 약속이다. 이게 BDC 수입의 11%를 넘어섰다 . 이자를 현금이 아닌 ‘나중에 갚겠다는 약속’으로 받고 있다면, 그게 과연 진짜 수입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사모 신용이 흔들리는 이 시점에 일반 국민의 퇴직연금(401k)을 사모 신용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 을 내렸다. 월가의 대형 투자사들이 소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다. 정작 기관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며 줄줄이 빠져나가는 시장에, 일반 국민의 노후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이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의 전조일까?

역사를 돌아보면, 큰 위기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2007년 4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업체 뉴 센추리 파이낸셜 이 파산했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일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 그로부터 17개월 뒤 ,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며 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지금 블루 아울의 환매 중단이 그 뉴 센추리의 파산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불투명한 자산 평가, 갈수록 높아지는 레버리지,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유동적인 환매를 약속한 구조. 정리하며 이번 블루 아울 사태의 핵심을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 사모 신용 시장은 투명하지 않다. 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실제로 팔리는 가격이 맞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2. 유동성 없는 자산에 유동성을 약속하는 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에 터진 것이 OBDC II이지만, 다음 차례가 있을 수 있다. 3. 이 시장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 특히 퇴직연금까지 이 시장에 연결되려 하는 지금,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썰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지금 그 썰물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